티스토리 뷰
목차
1. 작은 작업장에서 만들어 지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레고는 전 세계 13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초당 약 7개의 레고 세트가 팔리고 있습니다. 매년 약 200억 개의 레고 브릭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총 40억 개의 미니 피겨가 생산되었으니 매년 레고를 가지고 노는 시간을 환산하면 무려 약 50억 시간이라고 알렸습니다. 단순히 장난감을 넘어 어른들도 가지고 놀고 수집하고 싶어 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레고는 어언 90년 동안 모든 연령대에게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되어 영감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선사했습니다. 어느덧 하나의 대명사로 불리기까지 90주년을 맞이한 레고 그 기나긴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잘 놀다는 뜻의 덴마크어 leg godt에서 탄생한 레고의 시작은 1932년 세계 경제 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작은 작업장을 가진 숙련된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쉽게 팔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야만 했습니다. 1935년 말 그는 약 3년 만에 장난감 생산에 집중하기로 결심하며 공식적으로 레고라는 회사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는 몰랐지만, 레고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나는 조립한다라는 뜻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진 고품질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올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항상 자신의 작업 품질에 엄격한 기준을 가졌습니다. 2년 동안 자연 건조된 이후 3주 동안 가마에서 건조되는 너도밤나무를 사용해 장난감을 제작했으며 자르고 사포질 하고 광택을 낸 다음 바니시나 페인트를 세 번 칠합니다. 실제 가구처럼 그는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서 최고의 품질을 강조했으며 1930년대 중반 독일에서 구매한 첫 밀링 머신입니다.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에 도움이 되는 모든 형태의 신기술에 관심이 있던 그는 당시 집값이 약 70~80만 원대였던 시대에 그는 50만 원을 지불해 밀링 머신을 구매하는데 이는 전년도 회사의 대부분의 이익에 해당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에도 올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장난감 생산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위기의 시기에 장난감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많았으며 전쟁의 첫 2년 동안 회사의 매출은 두 배로 상승했습니다. 덴마크 목재 장난감의 수요 및 생산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레고의 생산도 증대되었습니다. 하지만 1942년 3월 목제품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며 이후 그는 모든 모델과 패턴을 손으로 재구성해야 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그는 콜링 근처에서 적절한 품질의 너도밤나무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으며 동시에 플라스틱 및 기술에 새로운 옵션을 제안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1947년 말 레고 그룹은 첫 번째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로 플라스틱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후 1948년에 첫 번째 플라스틱 제품을 출시하고 1949년이 되어서야 플라스틱 생산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기 시작합니다.
2. 위기속에 탄생한 브릭
우리에게 익숙한 브릭의 형태가 갖춰지게 된 건 195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올레를 대신해 그의 셋째 아들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2대 대표 자리에 앉게 됐고 그해 레고 브릭 최초로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뒤이어 1963년 기존 결합 기술에 ABS라는 신재료를 더해 아래 튜브 구멍까지 보안한 레고 브릭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허를 받게 된 이후 현재까지 생산되는 모든 레고 브릭은 디자인과 상품명과 무관하게 완벽히 호환됩니다. 쉽게 말하면 40년 전 아빠가 갖고 놀던 레고 브릭을 4년 전 태어난 아이의 듀플로에도 결합할 수 있으며 제품을 사출 할 때 0.0005mm 오차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레고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격한 생산 공정과 경영 이념을 고수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습니다. 1970~8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던 레고 그룹은 2003년 매출이 30% 급락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온라인 게임의 성장과 맞물려 장난감 소비가 줄었습니다. 큰 위기감을 느낀 레고 그룹은 창업자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하며 새 수장 자리를 꿰찬 인물은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입니다. 그는 사업 분야 축소와 지분 매각을 거행하면서도 놀이의 본질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6개월간 아이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결과 뜻밖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은 만들기 쉽고 화려한 장난감이 아닌 복잡하고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는 장난감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이후 레고는 1만 4,200여 개에 달하는 레고 브릭 중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생산을 중단했으며 대신 브릭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의 지평을 넓혀갔습니다.
3. 레고의 숨겨진 이야기
첫번째, 레고 피겨 얼굴이 노란색이 이유는? 1978년 처음 출시된 레고 피겨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캐릭터의 얼굴이 모두 노란색이라는 것입니다. 레고는 왜 피겨의 피부를 노란색으로 지정했을까요? 레고 디자이너들은 모든 인종과 민족을 대표하는 색이 노란색이라고 생각하며 만약 레고 피겨를 백인의 피부색인 흰색으로 만든다면 흑인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데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실제로 노란색 캐릭터는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며 스마트폰에 쓰이는 이모티콘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까지 출시된 레고 피겨를 모두 모으면 수영장 170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라 합니다. 두 번째, 가장 많은 부품으로 구성된 세트는? 지난해 5월 출시된 아트 세계 지도 세트는 레고 사상 가장 많은 부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각자가 간직한 여행에 대한 추억을 자유롭게 반영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총 1만 1,695개에 달하는 2D 타일 브릭을 갖추고 있으며 가로 104cm, 세로 65cm의 세계 지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2위는 9,090개의 부품으로 꾸려진 타이타닉입니다. 세 번째, 레고 직원들의 특별한 명함입니다. 일부 레고 직원들은 종이 명함 대신 자신과 똑 닮은 미니 피겨 명함을 갖고 있습니다. 1.5인치의 앙증맞은 명함의 전면에는 소유자의 이름이과 뒷면에는 연락처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4. 레고 디자인
왜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게임, 캐릭터들은 레고로 나오지 않을까? 레고사도 그들의 한계를 알았고 이를 현실화한 것이 바로 레고 아이디어스입니다. 전 세계에 있는 레고 유저들을 대상으로 창작품을 신청받아 상품화하는 팀입니다. 그 시초는 무인양품, 도쿄전력 등과 합작하는 일본의 이노베이션 그룹 쿠우소우와의 파트너십이었으나 계약이 종료된 후 레고 아이디어스로 이름이 바꿨습니다. 본인의 작품을 촬영해 업로드하고 프로젝트 설명을 통해 1만 명 이상의 서포트를 받으면 레고 본사의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은 후 출시되는 순서입니다. 다만 13세 이상이어야 참여할 수 있고 최대 3천 피스를 넘지 않아야 하며 특정 테마와 관련된 상품이 발매된 바가 없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중 실제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출시된 제품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2018년 병 속의 배로 캐리비안의 해적을 본 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캡틴 잭 스패로우가 들고 다녔던 블랙펄이 갇힌 병에서 착안한 제품입니다. 병을 형상화한 투명 브릭 안에 아기자기한 범선이 들어있는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우선 병 속의 배를 먼저 만들고 유리병도 조립한 후 각 하단 브릭과 엇갈리게 끼우고 마지막에 병 주둥이를 합체하는 형태입니다. 명판, 병의 로고, 나침반, 지구본, 돛 등의 디테일이 모두 스티커 없이 프린팅인 것이 특장점입니다. 다만 제품화가 된 이후 몇 군데 수정이 더해져 병은 더 온전한 병의 모습으로 수정된 반면 범선이 다소 작아지고 디자인도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2019년 트리하우스로 레고 아이디어스 제품 최초로 브릭 수가 3000개를 넘은 역사적인 제품입니다. 이름 그대로 조립판 위에 침실, 욕실, 아이 방으로 구성된 트리하우스가 배치된 형태입니다. 나무 꼭대기와 오두막 지붕을 분리가 가능해 그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고 여름과 가을의 잎이 구성품으로 포함돼 계절에 따라 달리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구성품이 지속가능한 식물성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으로 프로젝트 작품에 비해 전체적인 색이 조금 더 밝아지고 디자인이 조금씩 변경되었는데 원작에 사용된 갈색 브릭들이 구형인 점 등 상품화를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조치로 보입니다. 단종 이후 국내 정가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프렌즈 센트럴 파크로 미국의 전설적인 TV 시트콤 프렌즈를 레고 화한 제품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카페 TV 스튜디오를 레고의 감각으로 정교하게 재현했다. 친구들이 늘 모였던 상징적인 소파와 팔걸이, 의자는 모두 분리되고 특히 로스 겔러, 레이철 그린, 챈들러 빙 등 등장인물을 그대로 본 딴 미니피겨와 그들이 지닌 키보드, 쟁반과 커피잔, 랩톱 등의 액세서리가 소장 욕구를 더욱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시리즈로 다른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 2020년 그랜드 피아노로 파워드 업 브릭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원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누르는 건반과 나오는 음이 일치하지는 않아서 실제 손가락으로 곡을 연주하는 것은 불가하며 건반 25개가 해머와 하나씩 연결되어 있으며 상단 뚜껑을 들어 올려서 그 정교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높낮이가 조절 가능한 의자와 실제로 움직이는 페달 등의 디테일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